━━━━⊱ 지난 줄거리 ⊰━━━━
전설의 검을 가지러 간 주인공
갑자기 일행한테서 누가 이상형이냐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지금, 세기의 양자택일이 시작된다!
✦ 매우 그렇다
✦ 토아가 더 좋다
【유우샤】 ……그…
【레그】 ……
【레그】 토아, 아까 듣자 하니 크로우한테 보수를 주기로 했다면서.
뭘 준다는 거야? 난 그런 얘기 금시초문인데.
【토아】 헉!
【토아】 아~ 으음. 그 뭐냐, 당신이 방구석에 소중히 숨겨 놓은 '그거'라든지─
【레그】 ……
【토아】 는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토아】 아하하. 뭐, 일을 도와주는 대가로 보수를 주겠다고 한 건 접니다.
저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레그】 흐응.
【토아】 저, 미안. 화, 화났어?
【레그】 딱히.
【토아】 으으, 어쩐지 안 좋은 느낌이 드는데.
저까짓 게 쓸데없는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유우샤】 (아마 토아가 한 말 때문에 내가 곤란해할까 봐 감싸 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넌지시 레그의 얼굴을 쳐다본다.
문득 레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커다란 손이 내게로 다가와 가볍게 머리를 어루만진다.
【유우샤】 (……)
지금까지 의식하고 있지 않았는데,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거리를 두려고 한 걸음 물러서자.
【유우샤】 (어라?)
진흙에 발이 걸렸다.
잡을 곳을 찾던 손이, 반사적으로 레그의 팔을 잡아 버렸다.
【레그】 아.
【유우샤】 아.
【토아】 ……뭐 하는 겁니까, 두 분 다.
둘이서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조심스레 레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웃고 있었다.
【레그】 괜찮아?
【유우샤】 으, 응. 미안.
먼저 일어선 레그의 손을 잡고 진흙탕에서 빠져나온다.
【토아】 넘어질 때도 함께라니, 두 분은 정말 사이가 좋─
【레그】 ……
【토아】 아,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말은 입 밖에 내지 않기로 했죠, 네.
【유우샤】 (서열은 레그 = 크로우 > 토아 순이구나.)
【유우샤】 앗, 레그. 손이 까졌잖아.
【레그】 응.
【유우샤】 미안, 나 때문에… 기다려, 치료해 줄 테니까.
분명 들고 온 가방에 손수건이 있었을 것이다.
상처에 묻은 진흙을 탈탈 털고, 손수건을 기다랗게 접어 감는다.
간단한 처치일지언정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으리라.
【유우샤】 자, 다 됐어. 아파?
【레그】 안 아파, 고마워.
【토아】 ……
【토아】 나,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걸까.
【토아】 자.
【토아】 다 왔어요. 바로 여기입니다.
【유우샤】 저 제단 위에 검이?
【토아】 그렇습니다. 용사님, 부디 검을 그 손에.
시키는 대로 제단에 올라가, 꽂혀 있는 칼자루에 손을 갖다 댔다.
그 순간, 희미한 빛이 검에서 뿜어져 나왔다.
【토아】 그 상태로 검을 뽑아 주세요.
【유우샤】 으, 응.
아무래도 검은 상당히 깊게 꽂혀 있는 것 같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검을 뽑으려고 했다.
【유우샤】 우왓……
【레그】 유우샤.
검은 빠졌다. 그것도 김샐 정도로 쉽게.
겉모습으로 예상한 무게보다 훨씬 가볍다.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균형 감각을 잃은 나는 그대로 나자빠지──지 않았다.
【유우샤】 아.
【레그】 괜찮아?
레그에게 기대어 자세를 바로잡는다.
【유우샤】 으, 응. 고마워.
【레그】 천만에.
누락된 CG?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잘 찾아봐. 인게임에 두고 왔으니까.
【토아】 유우샤 씨, 검은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했습니다.
그 검이라면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어요.
【유우샤】 응…… 하지만 검을 손에 넣었다고는 해도,
이걸로 어떻게 마왕을 쓰러뜨리라는 거야?
【유우샤】 검 같은 건 써 본 적도 없는데.
【레그】 우리가 도와줄 테니 걱정 마.
【토아】 그렇네요.
【토아】 더욱이 마왕은 그 검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검을 보면 틀림없이 당황해서 빈틈이 생기겠죠.
토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볍게 검을 위아래로 휘둘러 본다.
확실히 내 손에 딱 맞는 이 검이라면, 위축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된 상대와 싸우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유우샤】 그럼 갈까?
【레그】 응.
【토아】 이곳은 검을 지키던 마법의 잔재가 남아 있으니,
아까 들어온 건물의 입구로 돌아갑시다. 거기서 이동 마법을 사용하겠습니다.
【유우샤】 그래.
【메이드】 어서 오세요.
【유우샤】 다녀왔어.
【메이드】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유우샤】 용사라고 해도, 난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크로우는 아직 안 왔나 보네.
【메이드】 저녁때쯤에야 귀가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토아】 그러면 다음 작전 브리핑은 크로우가 올 때까지 보류하는 걸로 하죠.
【토아】 저는 그동안 잡무를 보고 있겠습니다.
【유우샤】 그래. 레그는 어떻게 할 거야?
【레그】 음. 유우샤가 여기 있겠다면 나도 남을게.
✦ 레그와 시간을 보낸다
✦ 토아가 신경 쓰인다
【유우샤】 그럼 같이 있을까?
【유우샤】 그러고 보니 묻고 싶은 게 있었어.
【레그】 응, 뭔데?
【유우샤】 여기에 다른 사람은 없는 거야?
악마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지? 일단은.
【레그】 있어, 하지만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유우샤】 왜?
【레그】 ……인간의 손을 빌리는 걸 반대하고 있는 무리니까.
【유우샤】 아, 그래…… 역시 있었구나, 그런 사람들이.
【레그】 응.
【유우샤】 레그는 인간을 용사로 추대하는 게 싫지 않았어?
아니면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어쩔 수 없이?
【레그】 아니.
【유우샤】 그럼 찬성파에 가까웠구나.
【레그】 그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이야기해 보고 싶었거든, 인간과.
【유우샤】 원래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주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상황이 신기하네.
【레그】 어느 남자가 말했지. "물고기가 즐거이 헤엄치고 있구나".
【유우샤】 응?
【레그】 그 말에 또 한 사람이 "물고기도 아니면서 어떻게 아느냐"라고 하자,
남자는 "나도 아닌데 내 마음을 어떻게 아는가"라며 되물어.
【유우샤】 무슨 뜻이야?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이 다음은 확실히 "나는 자네가 아니기 때문에 자네의 마음을 모른다.
자네도 물고기가 아니니 물고기의 마음을 모른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그러자 남자는 "자네는 내가 아니지만 물고기가 즐거워하는지 아닌지 나는 모를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도 물고기는 아니지만 물고기가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에 확신이 있다"고 대답한다.
마치 선문답 같은 일화인데, 이 이야기에 나오는 두 인물을 레그의 일족과 나에 비유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레그의 대답은 조금 뜻밖이었다.
거참 생각 좀 적당히 합시다!
【레그】 물고기도 기뻤을 거야. 자기 마음을 헤아려 주는 사람이 있어서.
【유우샤】 물고기?
【레그】 응, 안 좋아해?
【유우샤】 좋지도, 싫지도 않지만 물고기의 마음은 모르겠는걸.
【레그】 ─알고 싶어?
단순한 잡담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레그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에 무심코 웃어 버렸다.
【유우샤】 응, 알 수만 있다면 알고 싶어.
【레그】 그래.
하지만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 가령 식탁에 올릴 때라든가.
그렇게 생각했으나, 레그가 무척 기뻐하는 것처럼 보여서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그 뒤, 어떻게 하면 물고기의 마음을 알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밤이 되어 있었다.
잘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크로우가 돌아왔다.
밤이 깊었으니 마왕과 싸우는 것은 내일이나 모레,
때를 봐서 결행한다는 것만 확인하고 해산했다.
어젯밤처럼 메이드에게 침실로 안내된다.
【메이드】 그 검, 주무실 때도 갖고 계실 건가요?
지적을 받고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
현대 일본에서 살던 사람이 무기를 들고 잠자리에 눕는다니, 생각만 해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안 그래도 '네가 무사냐!'하고 방금 전 스스로 지적한 참이었다.
【유우샤】 으, 응. 잃어버리면 큰일이니까.
오늘 가지고 돌아온 전설의 검을 꼭 잡는다.
메이드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드】 그렇군요. 유우샤 님 곁에 두는 편이 더 안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우샤】 그, 그래? 이상하지 않아?
【메이드】 이상하긴요. 다치지만 않게 조심하세요.
【유우샤】 알았어, 조심할게. 그런데 너희 종족은 다들 머리카락이 붉은색이야?
【메이드】 그렇습니다.
【유우샤】 그래? 천사는 금발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아니었구나.
【메이드】 확실히 어릴 때는 그런 색이죠.
【유우샤】 흠, 어른이 되면 바뀌나 보네.
【메이드】 네. 오늘은 대업을 이루느라 피곤하셨을 테니, 푹 쉬세요.
【유우샤】 응, 고마워. 내일 보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는다.
어쩌면 내일 마왕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현실성 없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내 안에 숨어 있는 초조감만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말짱해지는 정신에
급기야는 침대가 불편한 게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제는 피곤한 탓에 몰랐지만, 너무 푹신푹신해 아무래도 진정이 되지 않는다.
【유우샤】 (그렇지만 달리 잘 곳도 없고…… 그보다 내일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자야지.)
나는 침대 위에서 한참을 끙끙대며 뒤척이다가
날이 밝을 무렵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을 청할 수 있었다.
──
다음 화는 대망의 레그 엔딩
오역/오타는 댓글로 남겨 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연재 > 내가 세계를 구한 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세계를 구한 날 #6 (0) | 2023.05.24 |
---|---|
내가 세계를 구한 날 #5 (0) | 2023.05.21 |
내가 세계를 구한 날 #4 (0) | 2023.05.13 |
내가 세계를 구한 날 #2 (0) | 2023.04.04 |
내가 세계를 구한 날 #1 (0) | 2023.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