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치는 이 날씨는 미사일
작성일
2023. 3. 15. 12:49
작성자
금잔향

짤막 정보

원제: わたしが世界を救った日

공략 캐릭터: 2+1명 / 엔딩: 8개

플레이 타임: 한 루트당 15분

다운로드(무료): Vector

 

추천 공략 순서

드래그하면 보입니다.

레그 → 크로우 → 토아


아무개: 음... 이 게임은 저랑 인연이 아닌 듯...

(황급히 뒤로가기)

 

멈춰!!

혹시 인외물이나 피폐물 또는 사이코패스 끼가

다분한 공략 캐릭터를 찾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곳에 당신이 원하는 그 모든 것이 있소!

 

(황급히 뒤로가ㅁ기)

 

오후 다섯 시가 넘은 해질녘.

 

기분 좋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이 부는, 여느 때와 같은 금요일.

역 앞의 백화점에서 식료품을 한아름 산 나는 귀갓길을 재촉했다.

 

역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가깝다고는 할 수 없는 거리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지름길로 가는 편이다.

즉, 곧장 집으로 이어지는 길이 난 사유지를 몰래 이용하는 것이다.

 

다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렇게 얻는 거리 단축의 혜택은 크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빨간 노을이 쫙 퍼져 있다.

이미 장마철에 접어들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쾌청하다.

 

그 색채에 몸을 맡기고 세계를 바라보니, 낯익기만 한 풍경이 살짝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스쳐 지나가기 아쉬운 경치에 저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근처에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일대는 농업 지대이기에 이따금 가축 소리가 들릴 뿐 조용하다.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셔츠 단추를 잘못 채운 듯한 불쾌감에 연거푸 눈을 깜빡인다.

 

그때였다. 갑자기 귀를 찢는 차의 경적 소리.

 

큰 충격이 나를 휩쌌다. 눈앞이 빙빙 돌고 정신이 혼미하다.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달려오는 차를 피해 뒤늦게나마 양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숨이 가쁘다. 점점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까악하고,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까마귀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토아】 유우샤.

 

【유우샤】 ……

 

【토아】 유우샤 씨, 빨리 안 일어나시면 사흘 밤낮으로

먹지도 자지도 않고 신줏단지 모시듯 옆에 꼭 붙어 있을 줄 아세요.

 

【유우샤】 ?!

 

※디폴트 네임: 유우샤

 

【토아】 눈을 뜨셨군요. 안녕하세요, 유우샤 씨.

 

【유우샤】 ……저, 죽은 건가요?

 

【토아】 네?

 

【유우샤】 그야 눈앞에 천사가 있는 데다가,

따로 가르쳐 드린 적도 없는데 제 이름을 알고 계시잖아요.

 

【토아】 아, 그건 당신이 전설의 용사이기 때문이에요. 용사님.

 

【유우샤】 ……

 

【토아】 뭐, 어려워하실 것 없습니다. 마왕을 쓰러뜨리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

게다가 지금이라면 두 꽃미남의 호위도 포함!

 

【유우샤】 저기, 잡상인이랑 떠들 기분이 아니라서요. 전 이만 가 볼게요.


게임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서 난데없는 이세계 선언!

~평범하게 살던 나, 눈을 떠 보니 용사가 되어 꽃미남 천사들의 호위를 받게 되었다?!~

 

【토아】 앗. 잠깐, 잠깐만요! 농담이 아니에요! 정말 당신이 용사라고요!

 

【유우샤】 무슨 말씀이시죠? 여기가 천국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인데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방을 빙 둘러본다.

그러자 자신의 왼편에 또 다른 남자가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그】 여기는 엔리치. 네가 살던 세계와는 다른 장소다.

 

【유우샤】 당신은?

 

【레그】 레그. 맨 처음 네가 만난 자는 내 형인 토아.

 

【토아】 많이 혼란스러우시죠? 제가 간단히 상황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토아】 아, 그렇지. 당연한 얘기지만 저희가 당신을 해코지한다거나

뭐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 마음 편히 가지시고요.

 

【유우샤】 네.

 

【토아】 레그가 말한 대로 여기는 엔리치.

유우샤 씨, 당신 고향 사람들의 머리 위 까마득히 높은 곳에 위치한 다른 세계입니다.

 

【토아】 보시다시피 저희는 인간이 아닙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천사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유우샤】 ……네.

 

【유우샤】 (둘 다 날개가 돋아 있네.)

 

【토아】 원래 인간은 이 세계에 올 수 없습니다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제가 마법으로 당신을 불러들였습니다.

 

【유우샤】 사정?

 

【토아】 이 세계에는 이른바 악마라 불리는 사악한 자들이 존재합니다.

 

【토아】 악마와 저희는 대립 관계에 있고, 지금 계신 건물은 대항 조직의 본부입니다.

서로 세력이 막상막하라 결판이 나지 않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난 몇 년 사이 악마의 수가 급증했습니다.

 

【토아】 게다가 악마들을 총괄하는 마왕까지 나타나 저희에게 저주를 내렸죠.

 

【토아】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일방적인 침략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저주받은 일족들은 대부분 하늘을 날지 못하는 데다가 힘을 발휘할 수도 없습니다.

조직도 거의 궤멸 상태고요.


 

【토아】 현 상황은 그야말로 절체절명, 일족의 멸망이 코앞에 있습니다.

 

【토아】 그래서 당신을 부른 겁니다, 용사님.

 

【유우샤】 ……그럭저럭 사정은 알겠어요.

 

【유우샤】 여기가 이세계라고 해도 별로 실감은 안 나지만,

확실히 당신들은 인간이 아닌 것 같고 지금 처한 상황에 동정심도 들어요.

 

【유우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유우샤】 저는 특별한 힘도 없는 그냥 일반인이에요.

그런 인간이 이 세계에 불려왔다고 해서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토아】 ……

 

【토아】 일족의 존망이 걸린 위기에 나타난 인간, 한 자루의 검으로 마왕을 물리치다.

저희를 인도하는 이 예언서에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토아】 유우샤 씨, 부디 마왕을 쓰러뜨려 주세요. 당신이 저희의 용사입니다.

 

맨 처음 만난 남자가 들고 있던 책을 펼쳐 보여 준다.

모르는 언어의 나열 속에 자신의 이름만이 일본어로 적혀 있었다.

 

✦ 듣고 보니 정말 용사인 것 같기도 하다

✦ 아니, 용사는 아니다

 

【유우샤】 그래도 저는 용사가 아니에요.

 

【레그】 응,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유우샤】 어?

 

【토아】 어?

 

【토아】 아니, 아니. 그럼 안 되죠.

뭐 하러 이분을 여기로 불렀는지 생각 좀 해 보세요.

 

【레그】 그렇네. 이를테면 신부로 맞기 위해서라든지.

이세계에서 온 여자애가 신부라니, 멋지잖아.

 

【토아】 뭐?

 

【레그】 …라고, 얼마 전 토아가 잠꼬대를 했었어.

 

【토아】 응? 농담이지? 진짜?!

 

【토아】 그, 그 밖에는?! 그 밖에 다른 말은 안 했나요?!

 

【레그】 음ー

 

【레그】 쭉쭉빵빵 너무 좋아……라든가.


아 참 말씀드리는 게 늦었는데

일부 대사와 CG는 전연령 연재를 위해 검열됐습니다 하하하

 

【토아】 히이이이익! 듣지 마, 못 들은 걸로 해!!

 

【유우샤】 ……

 

【크로우】 하하, 여전하군요.

 

【토아】 크로우.

 

천장의 열린 창문으로 또 다른 남자가 뛰어내렸다.

 

그 등에는 검은 날개. 날개처럼 펄럭이던 것을 보면 뛰어내렸다기보단

내려앉았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크로우】 그건 그렇고 유우샤 씨, 제가 감히 조언 하나를 드리자면

여기에선 본인이 용사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 겁니다.

 

【유우샤】 누구?

 

【크로우】 이런, 누구냐고 물으실 줄이야. 저와 당신 사이 아닙니까.

 

【크로우】 저는 계속 당신을 보고 있었는데.

 

【유우샤】 …스토커세요?

 

【크로우】 아쉽네요. 저는 크로우.

그렇죠, 당신의 좋은 이웃이자 아군이랍니다.

 

【크로우】 일방적으로 끌려온 당신에겐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겠지만,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면 용사로서 마왕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크로우】 다시 말해 마왕을 쓰러뜨리기만 하면 끝,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크로우】 ──돌아가지 못하면 곤란하겠죠?

 

【유우샤】 그걸 말이라고.

 

【크로우】 토아, 일단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다른 사소한 일은 내일로 미루는 게 어떨지?

 

【토아】 아, 그렇군요.

 

【토아】 유우샤 씨, 무리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피곤할 텐데 오늘은 푹 쉬세요.

 

【토아】 지금 침실로 안내할 자를 부르겠습니다.

 

✦ 아직 자고 싶지 않다

✦ 잔다

 

【유우샤】 그렇게 졸리지는 않아요.

 

【레그】 ……

 

【레그】 배고픈 거 아냐?

 

【유우샤】 아, 응. 그럴지도.

 

【레그】 그럼 먹을 걸 가져올게.

 

【토아】 자, 잠깐만 기다려~!

 

【레그】 ?

 

【토아】 안 됩니다, 레그. 저분은 우리와 식생활 자체가 달라요.

 

【토아】 유우샤 씨가 우리의 음식을 입에 대셨다가는,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 틀어박히게 될 수도…!

 

【유우샤】 그, 그건 싫어요!

 

【토아】 그렇죠~?

 

【레그】 곤란한걸.

 

【토아】 네, 곤란하네요.

 

【크로우】 토아, 당신은 그녀를 소환해 놓고도
이런 근본적인 문제조차 모르고 있었단 말입니까?

 

【크로우】 어쩜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토아】 윽, 죄송합니다.

 

【크로우】 보세요, 유우샤 씨도 곤란해하시잖습니까. 어떻게 책임질 거죠?

 

【크로우】 기껏 사람 불러 놓고 한다는 대접이 이래서야,
그녀가 집으로 돌아간대도 변명의 여지가 없네요.

 

【토아】 그, 그건 곤란한데요……!

 

【크로우】 그렇죠. 그렇다면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겠군요.

 

【토아】 저, 저기. 죄송합니다!

 

【크로우】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 지금 당장 엎드리세요.

 

【크로우】 진심을 담아 유우샤 씨에게 사과하는 겁니다. 혹시 압니까? 용서해 주실지.

그리고 요즘 같은 날씨에 장발은 더우니까 머리도 좀 자르시길.

 

【토아】 히익ー 하느님, 천지신명님, 유우샤 님.

못난 저를 용서해 주세요……!

 

【토아】 머리가 여름에 덥기 그지없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헤어 스타일이 겹치지 않게 하려다 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유우샤】 잠깐, 이러실 필요 없어요!

 

【유우샤】 크로우 씨, 장난치지 마세요. 어차피 지금 당장은 돌아갈 수도 없고요.

 

【크로우】 하하.

 

【유우샤】 괜찮으세요? 토아 씨.

 

【토아】 네…… 죄송합니다. 고마워요.

 

【토아】 하마터면 무언가에 눈을 뜰 뻔했네.

 

【유우샤】 ……일단 오늘은 이만 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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