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치는 이 날씨는 미사일
작성일
2023. 5. 21. 20:22
작성자
금잔향

 

━━━━⊱ 지난 줄거리 ⊰━━━━

 

오토메 게임에서 입원 엔딩이 나온다는 건...

나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어.

 

✦ 아직 자고 싶지 않다

✦ 잔다

✦ 이야기를 하고 싶다

 

【유우샤】 이 세계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찝찝한 레그 엔딩을 뒤로 하고 2회차 스타트!

1회차에선 없던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되었다

이번에야말로 주인공은 마왕을 쓰러뜨리고 집으로 갈 수 있을까?

 

【크로우】 흐음, 그렇다면 제가 이 세계에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죠.

【크로우】 이 세계에 대해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겁니다.

 

【토아】 크로우.

【크로우】 왜 그러죠, 토아?

【토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크로우】 옛날 옛적에 금실 좋은 인간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크로우】 하지만 어느 날,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아내가 그만 닭이 되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유우샤】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요?

 

【크로우】 어느 세계에서든 옛날 이야기란 으레껏 그러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자, 유우샤 씨. 남편은 그 뒤로 어떻게 했을까요?

【유우샤】 글쎄요. 아내를 인간으로 돌아오게 할 방법을 찾지 않았을까요?

【크로우】 네, 그 말씀대로. 남편은 신묘한 술법── 마법이라고 하는 게 알기 쉽겠군요.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선인을 찾아갔습니다.

【크로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선인은 닭을 인간으로 되돌리는 마법 같은 건 몰랐답니다.

그 대신, 인간을 닭으로 만드는 마법은 쓸 수 있었죠.

【유우샤】 어? 그러면…

 

【크로우】 남편은 선인에게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럼 저를 닭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아내와 같은 세계에서 살고 싶습니다'라면서요.

【토아】 크로우.

【크로우】 아까부터 왜 자꾸 끼어드는 겁니까, 토아.


WA! 몽환신사 아시는구나!

 

【메이드】 실례합니다.

【유우샤】 (여자애네.)

 

【토아】 아, 왔군요.

【토아】 여기 계신 분이 바로 우리가 기다리던 용사님이십니다.

정중히 안내해 주세요.

 

【메이드】 용사님.

네, 알겠습니다.

 

【메이드】 저, 이 짐은 어떻게 할까요?

용사님의 소지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쳐다보자 낯익은 물체가 눈에 띈다.

역 앞에서 구입한 식료품이 담긴 쇼핑백이다.

【유우샤】 아, 다행이다. 이것도 같이 왔구나.

 

【크로우】 호오, 음식입니까?

【유우샤】 네, 맞아요.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잡품도 몇 개 있고요.

【유우샤】 토아 씨, 만약 마왕을 쓰러뜨린다고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토아】 물론 용사님께 이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죠.

【토아】 절차는 모두 정해져 있습니다. 준비할 게 하나 있지만,

그것만 끝나면 마법으로 단숨에 마왕의 본거지까지 날아가면 됩니다.

【토아】 큰 문제만 없다면 이삼일 안에 마무리될 겁니다.

【유우샤】 알겠어요. 그 정도면 여기서도 어찌저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토아】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여러모로 죄송합니다.

 

【토아】 그럼 슬슬 주무셔야죠. 메이드가 안내해 드릴 겁니다.

【크로우】 안녕히 주무시길, 용사님.

【레그】 잘 자.

【유우샤】 안녕히 주무세요.

 

【메이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용사님.

 

【유우샤】 고마워. 그런데 여기선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 거야?

 

【메이드】 식사는 조직 내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용사님의 몫도 준비했습니다만, 크로우 님께서 필요 없다고…

【유우샤】 어?

 

【메이드】 용사님은 우리와 먹는 게 다르다,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용사님만 괜찮으시다면 새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유우샤】 그래? 으음, 당분간은 어찌저찌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괜찮아.

【메이드】 알겠습니다, 용사님.

【유우샤】 저기.

【메이드】 네.

 

✦ 이름을 알려준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유우샤】 난 유우샤라고 해. 용사 말고 이름으로 불러주면 안 될까?

 

【메이드】 유우샤 님.

유우샤 님이라, 멋진 이름이네요.

【메이드】 알겠습니다…!

 

【유우샤】 네 이름은 뭐야? 물어봐도 돼?

【메이드】 저는 메이드입니다.

 

【유우샤】 아, 아니. 그거 말고 이름.

【메이드】 메이드입니다.

【유우샤】 …응, 그렇구나.

【유우샤】 (이름이 메이드인가? 직책이랑 똑같네.)

 

【메이드】 유우샤 님, 이 방에서 주무시면 됩니다.

【유우샤】 응, 알았어.

그럼 잘 자, 메이드.

【메이드】 네. 안녕히 주무세요, 유우샤 님.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유우샤】 고마워.

 

……

눈을 감는다.

가느다란 빗소리가 귓가에 울려온다.

【유우샤】 (이세계에도 비가 오는구나.)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벌어지는 이 모든 일에 현실성이 없다.

이대로 잠에 들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쨍한 노을은 이세계로 이어지는 문이며, 나는 잠시 그 안에서 헤맸을 뿐.

눈을 뜨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낯익은 거리가 펼쳐져 있고
이세계에서의 신기한 체험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안타까워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유우샤】 (……잠이나 자자.)

 

생각보다 피곤했는지, 의식은 곧바로 어둠에 잠겼다.

──

 

【유우샤】 (……아침?)

 

【유우샤】 (원래 세계로 돌아오진 못한 건가. 비는 그친 것 같네.)

【유우샤】 (일어나야겠다.)

(노크 소리)

 

【유우샤】 네, 들어오세요.

 

【메이드】 안녕하세요!

【유우샤】 안녕.

【메이드】 유우샤 님, 어젯밤은 푹 쉬셨습니까?

 

【유우샤】 응, 괜찮아. 푹 잤어.

깨우러 와 줘서 고마워.

【메이드】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메이드】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얼마 없습니다만,

뭔가 필요하신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메이드】 유우샤 님의 부탁이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우샤】 아하하, 믿음직하네.

【유우샤】 ……

【유우샤】 저기, 뭣 좀 물어봐도 될까?

【메이드】 네, 무엇이든지.

 

✦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거야?

✦ 오늘의 일정은?

【유우샤】 오늘 일정은 뭐야? 용사니 뭐니 해도 어제 막 온 참이라 잘 모르겠어.

 

【메이드】 그 얘기라면 토아 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전설의 검을 가지러 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유우샤】 전설의 검?

【메이드】 네.


【메이드】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필요한 검입니다.
그 검으로만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유우샤】 흐음, 그렇구나.

 

【메이드】 유우샤 님,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까 봐 불안하신가요?

【유우샤】 어? 아─ 응, 조금은.

【메이드】 그런가요?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유우샤】 왜?

 

【메이드】 만에 하나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레그 님이 계시잖습니까.

【메이드】 레그 님은 저와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유우샤 님을 사모하고 계신 듯하니,

여차할 때는 반드시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주실 겁니다.

【유우샤】 그, 그래?

【메이드】 네, 그러니 안심하세요.

 

【메이드】 준비가 되면 토아 님이 계신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유우샤】 고마워. 준비는 끝났으니 갈까?

【메이드】 알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제가 보기에 올아웃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심하는 게 좋겠네요. 내일쯤 뭔가 움직임이 있을지도.

알겠습니다. 수고했어요, 크로우.

별말씀을. 조만간 재밌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는군요.

……


설마 재밌는 광경이라는 게 입원 엔딩이었나?

 

【메이드】 토아 님, 용사님을 모셔 왔습니다.

【토아】 아, 고마워요.

 

【토아】 좋은 아침입니다, 유우샤 씨. 어젯밤은 푹 주무셨나요?

【유우샤】 안녕하세요, 덕분에 잘 잤어요.

【토아】 다행이다.

【유우샤】 오늘은 뭘 할 건가요?

 

【토아】 비도 그쳤으니 소풍이라도 갈까요?

전설의 검이 있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레그】 전설의 검.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무기.

【토아】 그 말대로. 마왕은 그 검으로만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토아】 이와는 별개로 검에는 한 가지 역할이 더 있습니다.

용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그 검은 진정한 주인이 만지면 빛을 발한다고 합니다.

 

【토아】 이제 와서 그걸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만졌을 때 검이 빛난다면 당신은 틀림없는 용사라는 게 되겠지요.

【유우샤】 …….

【유우샤】 그렇다면야. 만약 제가 만졌을 때 검이 빛난다면 여러분께 협력할게요.

 

【토아】 엇. 정말 괜찮겠습니까?

【유우샤】 네.

【유우샤】 다만 빛나지 않을 시에는 절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주세요.

용사가 아니라면 이 세계에 더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토아】 참으로 총명하시군요. 알았습니다. 그러기로 약속하죠.

【토아】 감사합니다, 유우샤 씨.

【토아】 그럼 준비가 끝나는 대로 출발합시다.

검이 안치된 장소까지 마법으로 이동할 겁니다.

 

【크로우】 잘 다녀오시길.

【유우샤】 크로우 씨는 안 가시나요?

【크로우】 네, 다른 할 일이 있거든요. 아쉬우신지?

【유우샤】 전혀 아니거든요.

【크로우】 이런, 매정하신 분.

뭐, 아무쪼록 살펴 가시길.

 

【크로우】 그리고 그렇게 꼬박꼬박 경칭을 붙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존댓말도 필요 없습니다.

【토아】 아, 그렇네요. 애초에 존대해야 할 입장은 저희고.

【토아】 원하시는 게 있다면 뭐든지 말씀만 해 주세요, 유우샤 씨.

 

【크로우】 그렇다면 토아, 신들린 척 혼자 중얼거리면서

부지에 난 잡초를 전부 뽑아 주시길.

【토아】 기꺼이!

 

【유우샤】 아니아니, 기쁜 얼굴로 받아들이지 마. 그런 건 안 해도 돼.

【크로우】 흐음, 그렇습니까?

 

【크로우】 그럼 좋아하는 아이의 이름이라도 말하게 해 볼까요?

【유우샤】 초등학생도 아니고. 지금부터 검을 가지러 가야지.

【크로우】 성실하시군요.

【유우샤】 이봐요 당신들이 필요하다고 날 부른 거 아니었어? 혹시 날 속인 거야?

 

【레그】 아니, 정말 필요해. 네가 없으면 우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전멸한다.

【유우샤】 그 정도로 상황이 나빠?

【레그】 응, 크로우는 아니지만.

【유우샤】 어?

【크로우】 그렇네요, 전 외부인이라서. 아주 여유만만하답니다.

 

【토아】 외부인이라도 보수를 받는 이상 제대로 일해 주셔야 합니다, 크로우.

【크로우】 그야 물론.

【크로우】 제가 여러분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 같으니,

먼저 출발해야겠군요. 나중에 봅시다.

【유우샤】 응, 잘 다녀와.

 

【레그】 우리도 가자. 유우샤.

【유우샤】 아, 그래. 필요한 물건도 다 챙긴 것 같아.

【레그】 응.

【토아】 그럼 출발할까요.


이 다음은 1회차랑 완전히 똑같아서 잘랐습니다

기억이 안 나시는 분은 내가 세계를 구한 날 #2와 #3 참고!

 

【유우샤】 으음……

【메이드】 벌써 해가 중천에 떴습니다만, 아직도 주무시나요?

【유우샤】 응?

 

【유우샤】 ……헉!

【유우샤】 (늦잠 잤다!)

【유우샤】 미, 미안!! 들어와도 돼!

 

【메이드】 실례합니다.

【유우샤】 미안해! 늦잠 자 버려서……!

【메이드】 역시, 주무시고 계셨군요.

 

【메이드】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주무시는 중이라면 되도록 삼가려고 했습니다만,

유우샤 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유우샤】 아냐아냐, 깨워 줘서 고마워!

【유우샤】 오늘 가는 거지? 마왕을 쓰러뜨리러!

 

【메이드】 그 얘기 말인데, 오늘은 아침부터 폭우가 내려 내일로 연기한다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유우샤】 어?

【유우샤】 아, 그렇구나.

 

【메이드】 네, 다시 주무실 건가요?

【유우샤】 아냐. 모처럼 깨워 줬으니까, 일어나야지.

【메이드】 그럼 몸단장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기쁜 듯이 그렇게 말한 메이드는 나의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는 힘 조절은 절묘해서, 자칫하면 곯아떨어질 것 같다.

 

【메이드】 아프지는 않으신가요?

【유우샤】 전혀! 능숙하네.

【메이드】 감사합니다. 저, 유우샤 님.

【유우샤】 음─……?

 

【메이드】 그 밖에, 달리 시키실 일은 없습니까?

【유우샤】 지금 하고 있는데, 뭘. 기분 좋다~

【메이드】 그런가요?

【메이드】 그래도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유우샤】 왜 그래? 왠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은데?

【메이드】 ……아뇨.

【메이드】 그, 다만 유우샤 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유우샤】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는걸.

 

【유우샤】 아, 정 그렇다면 뭣 좀 물어도 괜찮을까?

【메이드】 네! 뭐든지 물어보세요.

【유우샤】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거든. 으음

누구에 대해 물어볼지 생각한다.

 

✦ 레그에 대해 묻는다

✦ 토아에 대해 묻는다

✦ 크로우에 대해 묻는다


【유우샤】 크로우는 왠지 남들하고 동떨어진 것 같아.

 

【메이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저희와 종족이 다른 분이니까요.

【유우샤】 아, 역시. 어쩐지 깃털 색깔이 다르더라니.

【메이드】 그렇습니다. 어느 날 토아 님께서 계획을 도와줄 조력자라며 모셔 왔지요.

【유우샤】 응.

 

【메이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분이 두렵습니다.

【유우샤】 응? 확실히 말버릇이 나쁘긴 하지만, 그렇게 두려울 정도야?

 

【메이드】 크로우 님이라기보단 크로우 님의 종족을, 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네요.

【메이드】 저희 일족 중에는, 크로우 님의 동족에게 죽임을 당한 자도 있기에.

【유우샤】 앗! 꽤 복잡한 관계였구나.

【메이드】 네.

 

【메이드】 다만 크로우 님이 지닌 지식에는 이미 수차례나 도움을 받았고,

여러 물품까지 제공해 주시니 조직에 있어서는 은인인 셈이지요.

【유우샤】 아하. 그런데 왜 순순히 협조하는 걸까?

 

【메이드】 토아 님과 모종의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라고는 들었습니다만…

【메이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분이라,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유우샤】 그렇네. 하긴 성격이 성격이니까.

 

【메이드】 유우샤 님, 머리카락 정돈이 끝났습니다.

【유우샤】 고마워! 비 오는 날은 습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붕 떠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정리해 준 덕분에 살았어.

【메이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다행이네요.

 

【유우샤】 늘 신세만 져서 미안한걸. 나도 뭔가 답례를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직 마왕도 쓰러뜨리지 못했고.

【메이드】 답례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기쁩니다.

【유우샤】 음─ 그래도 난 신세 지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유우샤】 그래 봤자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쇼핑백 안에 있는 게 다지만.

 

별다른 기대는 할 수 없었으나, 뭔가 줄 수 있는 게 없을지 침실의 구석에 놓인 봉투를 뒤적인다.

가져온 쇼핑백은 물건을 많이 담을 수 있도록 바닥이 깊게 파여 있다.

안쪽에 담긴 것을 꺼내기 위해서, 윗쪽에 쌓여 있는 물건을 차례차례 바닥으로 내던진다.

 

【메이드】 어라, 이건?

【유우샤】 응─? 아, 벚꽃 새우 건어물이네.

【메이드】 색깔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유우샤】 그러게. 이름처럼 벚꽃색이라 귀엽지?

 

【메이드】 어디에 쓰는 건가요?

【유우샤】 음식이야. 한번 맛을 볼래?

【메이드】 네.

【유우샤】 특별히 이상한 건 안 들어가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자.

 

【메이드】 ……

【유우샤】 마, 맛없어? 하긴 먹는 게 다르다고 했으니까, 역시 뱉어내는 게─

 

【메이드】 맛있습니다!

【유우샤】 오오~

【메이드】 좀 더 받을 수 있을까요……!

【유우샤】 응, 물론이지. 근데 먹어도 아무렇지 않아?

【메이드】 네!

【유우샤】 마음에 든 것 같아서 다행이네.

 

【메이드】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유우샤】 괜찮아, 메이드한테 주려고 꺼낸 거니까.

【메이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분께 드려도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우샤】 아, 그런가?

 

【메이드】 오늘은 날씨가 우중충하니, 아마 아무도 외출하지 않으실 겁니다.

【메이드】 유우샤 님께서 얼굴을 비추시면 다른 분들도 기뻐하실 테죠.

【유우샤】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달리 할 일도 없고 따분하니 잠깐 갔다 올게.

【메이드】 네,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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