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치는 이 날씨는 미사일
작성일
2024. 1. 1. 18:38
작성자
금잔향

 

━━━━⊱ 지난 줄거리 ⊰━━━━

 

모든 증거가 가리키는 단 하나의 진실

대서사시의 대미를 장식할 직장인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된다!

 

이곳에는 진실한 사랑만이 있습니다.


모든 엔딩을 보니 시작 멘트가 바뀌었다

또다시 비 내리는 밤길로 향하는 주인공

 

아즈사 미노루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은 최고의 밤이네.

 

아즈사 미노루    바람이 쌀쌀하면서, 적당히 습하고. 답답한 느낌.

 

아즈사 미노루    어쩐지 살갗을 스치는 공기가 반갑기도 하고 기분 좋은걸.

 

아즈사 미노루    도피행을 떠나기에는 딱 좋지 않아? 아니면 새 출발, 이라든지.


아즈사 미노루    …

 

아즈사 미노루    무슨 일이야? 심해어 같은 얼굴을 하고.


아즈사 미노루    뭐라도 말해보지 그래?


아즈사 미노루    할 말이 있잖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

 

아즈사 미노루    그도 그럴 게.


아즈사 미노루    너는, 나를 알고 있을 테니까.

 

✦ 알고 있어

✦ 몰라

 

아즈사 미노루     아하하! 장난이 좀 지나치네!


아즈사 미노루     그래.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야.

아즈사 미노루     너는, 나를 알고 있어.

 

아즈사 미노루     왜 그렇게 섭섭한 말을 해?

아즈사 미노루     상처받잖아.

아즈사 미노루     평상시의 넌 남한테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닐 텐데.

 

아즈사 미노루     애초에 이런 밤길을 걷다 누가 말을 걸었는데도

가만히 대화에 응하고 있는 시점에서 너도 눈치챘겠지?

아즈사 미노루     인지가 미치지 않는, 이상 사태라는 걸 말이야.

 

아즈사 미노루     아하, 그 표정을 보아하니 정곡을 찔렸나 봐?

아즈사 미노루     도망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줘.

아즈사 미노루     너는, 나를 알고 있잖아.

 

✦ 시끄러워

✦ 몰라

 

아즈사 미노루     …

 

아즈사 미노루     ……계속 그렇게 우길 거야?

아즈사 미노루     계속 그렇게 박박 우길 거냐고.

 

✦ 당신 같은 사람 몰라

아즈사 미노루      ……

 

✦ 그야 그렇잖아

 

✦ 아즈사 군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걸


아즈사 미노루      

아즈사 미노루       ……

 

아즈사 미노루      아하하, 아하하하하하.

아즈사 미노루      아하하하하! 알고는 있었구나! 완전히 정신이 나간 건 또 아닌가 보네!

아즈사 미노루      웬일이야? 아니면 철이 들더니 정신도 같이 들었나?

 

아즈사 미노루      그래, 맞아.

아즈사 미노루      아즈사 미노루는 곧 너의 청춘. 네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사랑했던 남자.

아즈사 미노루      네가 인생을 통틀어

 

아즈사 미노루      가장 열심히 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캐릭터'야.

아즈사 미노루      하하하하하! 미쳤네! 미쳤어! 바보 아냐?!

아즈사 미노루     창작물이 뭐야, 창작물이!

아즈사 미노루      자기가 무슨 괴짜 예술가인 줄 아나!

 

✦ 당신은 누구?

 

아즈사 미노루      나? 나 말이야? 나는 아즈사 미노루.

아즈사 미노루      네 머릿속을 헤집고 나온 벌레. 과거의 망령. 네가 버린 과거의 잔해.

 

아즈사 미노루      아, 그래. 그게 바로 나야!

아즈사 미노루      네 기억 속 아즈사 군을 토대로 만들어진, 구제할 길 없는 괴물이라고!

아즈사 미노루      이제 알았지? 명분이나 이치 따위 설명해 봤자 인간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아즈사 미노루       나는 여기에 있어. 나는.

아즈사 미노루       나는…

 

아즈사 미노루       …저기. 너 아즈사 미노루를 좋아했지?

아즈사 미노루       어때? 겉모습은, 겉모습은 완벽하잖아.

아즈사 미노루       창작물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좋아하지?

 

아즈사 미노루       그러니까 전부 버려 줄래?

아즈사 미노루       아즈사 군을 위해서라도 좋아.

아즈사 미노루       모조리 단념하고, 같이 가 줬으면 해.

 

고개를 젓는다


 

아즈사 미노루       아하하! 하긴 그건 그래!

아즈사 미노루       게임 캐릭터가 뭐라고 하든 알 바야?

아즈사 미노루       당연하다마다!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

 

아즈사 미노루       …아니.

아즈사 미노루       이건 비겁한 변명이야.

아즈사 미노루       네가 나하고 가려 하지 않는 건

아즈사 미노루       내가 게임 캐릭터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아즈사 미노루       …원래대로라면 이럴 리가 없어.

아즈사 미노루       분명 다들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됐을 텐데.

아즈사 미노루       원래는, 원래대로라면.

 

아즈사 미노루       …이제 그만하자.

아즈사 미노루       네 안의 아즈사 미노루는 너무 불안정해.

아즈사 미노루       하나의 생명이 아니니까. 많은 인간의 손을 거쳐 태어난 창작물이니까.

더욱이 그걸 네가 해석한 존재니까. 그의 정신에 확고한 답이 없으니까.

아즈사 미노루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즈사 미노루       이렇게 자아가 생겨 버린 거야.

아즈사 미노루       하하하, 그래. 정말로.

 

아즈사 미노루       나는, 나로서 여기에 있어.

아즈사 미노루       그러니까 나는, 나는…

아즈사 미노루       어디에도 갈 수 없어.

아즈사 미노루       이제 바다에는 돌아갈 수 없다고.

 

아즈사 미노루       아즈사 미노루는 이 차원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내가 아즈사 미노루란 걸 부정할 수 있는 요소가 없어.

아즈사 미노루       아무도, 그 자신도, 우주마저 부정하지 못해.

그러니까 나는 이제 돌아갈 수 없어.

아즈사 미노루       너의 아즈사 미노루가 되지 못한 나머지,

자아를 버리고 모체에 돌아가는 것조차 불가능해.

 

아즈사 미노루       너무하잖아. 이만하면 좀 봐주라.

아즈사 미노루       나더러 뭘 어쩌라고. 다른 방법이 없는데.

 

아즈사 미노루       저기, 어떡해야 돼?

아즈사 미노루       나는 어떡해야 돼? 어떡하면 좋았을까?

 

아즈사 미노루       네가 그를 향한 집착에 눈이 멀었을 때 오지 못한 내 잘못이야?

 

아즈사 미노루       처음부터 한발 늦은 거였어? 아니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나?

아즈사 미노루       그럼 나는 뭐 하러 태어난 건데? 응? 응? 응?

아즈사 미노루       너도 조금은 생각해 봐. 마냥 남 일이 아니잖아.


아즈사 미노루       저기, 대답해……


진짜 광기를 앞에 두니 맥을 못 추는 가짜 광기

자뭇... 골계스러운 광경이로군

 

당신에 대해 알려줘

 

아즈사 미노루       뭐?

 

✦ 아즈사 군

 

아즈사 미노루       …!

 

아즈사 미노루       안 돼! 나는, 나는

아즈사 미노루       나는 아즈사 군이 아니라고!

아즈사 미노루       네가 사랑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란 말이야.

 

아즈사 미노루       나는

 

당신을 알고 싶어


 

아즈사 미노루       …제정신이야? 내 정체를 알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아즈사 미노루       모조품을 하나의 생명으로서 받아들이다니.

아즈사 미노루       별개의 존재로서 마주 보다니.

아즈사 미노루       제정신이라고는

아즈사 미노루      

 

아즈사 미노루       아, 몰라! 모르겠다고!

아즈사 미노루       어떡해야 돼?!

아즈사 미노루       이런 건 듣기는커녕 본 적도 없단 말이야!

아즈사 미노루       그런, 나는.

아즈사 미노루      

 

아즈사 미노루       되는 거야? 나는, 나로 있어도.

아즈사 미노루       잘못되지 않았다고,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야?

 

그래

아즈사 미노루      …!

 

아즈사 미노루      어, 그게.

아즈사 미노루      미안, 처음부터 다시 해도 될까?

아즈사 미노루      아─ 음─ 어흠.

 

아즈사 미노루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은 최고의 밤이네.

 

처음 뵙겠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개월 만에

이렇게 두 번째 장기 연재가 끝났습니다

네? 다 봤는데 재미가 없다고요?

 

농담이고 죄송합니다

에필로그가 이 게임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까지 넣으면 게임을 홍보하는 의미가 없으니 넣지는 않았고

대신 후기나마 짧게 써 봤습니다 (드래그하면 보입니다)

 

결국 주인공도 아즈사 군을 게임 캐릭터로밖에 인지하지 못하고

아즈사 군은 그런 주인공을 보며 애증을 느끼는

묘하게 어긋난 관계성이 매력적인 것 같네요

 

이 외에도 분량상 다루지 않은 요소들이 있으니

세계관이나 에필로그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백문이 불허일견 직접 플레이해 보시길 바라며...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역/오타는 댓글로 남겨 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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