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 정보✦
원제: mix.
공략 캐릭터: 4명 / 엔딩: 8개
플레이 타임: 한 루트당 1시간
다운로드(무료): Vector
✦추천 공략 순서✦
누구부터 하든 상관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타쿠미를 마지막으로 하는 걸 추천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는 나츠키파입니다
? ? ?
어서 오십시오.
녹틸루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 처음 뵙는 분이군요.
실례지만 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내 이름은……
※디폴트 네임: 카사이 미라이
나
"……"
남자
"……그래서…… 듣고 있어? 미라이."
나
"……아, 죄송합니다."
남자
"피곤한 거 아냐? 안 그래도 요즘 매일같이 일하러 나오잖아."
나
"……"
여기는 다이닝 카페 아주리.
아주리는 이탈리아어로 '푸른 하늘'이란 뜻.
그 이름답게 상쾌한 이미지가 세일즈 포인트로,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카페다.
확실히 나는…… 지치다 못해 얼이 빠져 있었다.
요 며칠 동안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두 번씩이나 하진 않지만,
사정이 있어서 이번 주만 악착같이 일하고 있다.
피로가 불러온 백일몽은 쓸데없이 생생했다.
남자
"미안, 알바생인 나나가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고생이 많아."
그는 아주리의 점장이다.
나이치곤 동안에다 센스도 있고, 스태프와도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가게 분위기가 좋은 데는 필시 그의 밝은 성격도 한몫했으리라.
나
"……괜찮아요, 전 한가한걸요. 프리터기도 하고."
그래, 나는 지금 단순한 프리터다.
남자
"그래도 내일부터는 새 알바생이 올 테니까 기대해.
걔가 또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거든. 옛날에 관뒀었는데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며 다시 찾아왔지 뭐야."
나
"그렇군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아무리 내가 한가하다고 해도 몸은 정직하다.
요 며칠 연이은 근무로 나는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남자
"그나저나 되게 춥다~"
오늘은 1월 말.
날씨가 좀 풀리나 싶더니, 오늘은 유독 춥다.
나
"눈이 안 와야 할 텐데…………"
눈이 오면 손님이 뜸해진다.
……심야에 여는 그 가게는, 날씨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남자
"눈? 난 눈은 싫더라~ 처음에나 보기 좋지, 나중 가면 춥기만 하고 별로야."
내 말뜻을 오해한 점장이 끼어들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나
"아, 점장님."
남자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이만 가 봐."
나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밤이…… 왔다.
이제까지의 나는 낮의 나.
지금부터는 밤의 나로.
일반인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숨겨진 시간... 섀도 타임이다...
나
"안녕하세요! 아이, 추워라."
야노 타쿠미
"왜 이렇게 늦었어."
여기는 '녹틸루카'.
번화가 구석에 자리 잡은 아담한 바.
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여기서 일하고 있다.
나
"얼추 비슷하게 도착했는데……"
야노 타쿠미
"왜 이렇게 준비가 늦냐는 소리잖아."
"그럼 미라이, 갔다 와."
나
"……네."
오늘도 어김없이 시련의 때가 찾아왔다.
문을 연다.
타쿠미 씨(이하 탁미 상)의 닦달에 어디론가 향하는 주인공
그런데 웬 시련? 혹시 문 너머에 타르타로스라도 있는 걸까?
나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변기를 부직포로 닦는다.
그런 거 없었다고 한다
이 가게에 들어온 지도 거진 반년째.
내가 하는 일은 유리잔 닦기, 설거지, 화장실 청소.
뭘 하든 어중간한 내가, 어쩌다 보니 이 가게에서 일하게 됐다.
바텐더의 세계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몇 날 며칠을 내리 허드렛일만 하자니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내가 카운터에 서서 손님에게 술을 대접할 날은 언제쯤 올까.
야노 타쿠미
"청소 끝나고 나 좀 보자.
……다 끝나고 나서."
나
"네~"
그는 이 바, '녹틸루카'의 마스터다.
내가 진심으로 신뢰하는 귀축 바텐더.
야노 타쿠미
"보나 마나 속으로 귀축이라는 생각이나 하고 있겠지."
나
"……"
뭐…… 확실히 가까운 사람한테는 무뚝뚝하지만
바텐더로서 그의 실력은 가히 일류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베이스와 옵션의 배합,
얼음이 적절히 들어간 빌드, 그리고 절도 있는 셰이크.
……나는 바텐더로서의 그에게 매료돼 이 세계에 발을 디뎠다.
손님을 대할 때의 싹싹한 태도와는 달리, 나를 대할 때는 엄하기만 하다.
야노 타쿠미
"손은 씻었어? 알코올 소독은?"
나
"……다 했는데요. 왜 그러세요? 마스터."
야노 타쿠미
"……마티니, 만들어 봐."
마티니.
진과 드라이 베르무트를 섞은 독한 술이다.
간단하지만 난이도가 있는 '스터'로 만드는 술.
바텐더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칵테일이기도 하다.
나
"……여기요."
스푼으로 맛을 보는 마스터.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어휴, 또 꾸지람 듣겠네.
예를 들어 "이렇게 싱거운 술을 손님한테 대접하겠다고?"라든가.
그러나 그가 한 말은 내 예상과 사뭇 달랐다.
야노 타쿠미
"……너,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나
"그게…… 한 반년 되지 않았나……"
야노 타쿠미
"……카운터에 서라."
……어?
나
"섰는……데요……"
야노 타쿠미
"이 바보야. 손님한테 술을 대접하라는 거잖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되묻기까지 했다.
나
"해…… 해냈다…… 내일…… 내일부터……!!!"
야노 타쿠미
"잠깐!!!!"
나
"또 왜요?!"
야노 타쿠미
"착각하지 마. 누가 내일부터래?
바텐더로서 네 실력은 아직도 형편없어. 당장 이 마티니도 그래.
이렇게 맛이 없어서야 뭐가 되겠나."
나
"그……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마... 아프니까...
야노 타쿠미
"잘 들어, 칵테일은 가게의 얼굴이야.
칵테일을 마시러 오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기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래?"
나
"……"
그럼 그렇지.
야노 타쿠미
"하지만 네가 들어온 지도 어언 반년.
가게의 통상 업무에도 익숙해졌을 테고, 칵테일 맛도 처음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어.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카운터에 서서 경험을 쌓아라. 단."
나
"……"
야노 타쿠미
"네가 일반객에게 술을 대접하는 건 2개월 후다.
바텐더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3월 말에 테스트를 하도록 하지."
나
"그래도……"
아무리 몰래 연습하고 있다지만 마스터 말마따나 내 실력은 형편없다.
다음 달 말에 있을 테스트에 합격한다 쳐도, 갑자기 손님한테 대접할 만한 술은……
게다가 테스트에 합격할 만큼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마스터 말고 다른 연습 상대라도 있으면……
응?
나
"……일반객?"
야노 타쿠미
"……그런고로 사정을 아는 손님한테라면 술을 대접하는 걸 허락하마.
네가 미숙하단 걸 아는 손님만이다. 어쩌다 상처 받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공부의 일환. 많은 의견을 듣도록 해."
나
"역시 마스터!"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고 젠장!
두 달만 지나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카운터 데뷔.
허드렛일을 한 보람이 있었어!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번에 합격해야 돼!
……아니, 합격하고야 말겠어!!
후아암…
야노 타쿠미
"……"
나
"인사라도 하면 어디 덧나나……"
아무래도 그저 거실을 가로지르려던 것뿐인 듯하다.
그는 분명 신문을 가지고 돌아오겠지. 늘 그랬듯이.
……오해는 마시라. 우린 결코 동거하는 게 아니다.
내가 타쿠미 씨의 집에 신세를 지고 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하숙'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방금 전의 인사가 좋은 예다.
그는 집에 있는 나를 공기 취급하고 있다.
게다가 평상시엔 각자 자기 방에서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우리가 얼굴을 맞대는 건 기껏해야 식사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볼 때 정도다.
그마저도 타쿠미 씨는 거의 텔레비전을 보지 않기 때문에
채널 주도권은 주로 나한테 있지만……
야노 타쿠미
"……"
역시 돌아왔다.
……그의 행동 패턴은 대개 정해져 있다.
나
"타쿠미 씨, 커피 드실래요? 지금 막 끓이려던 참인데."
야노 타쿠미
"어, 고맙다."
집에 있을 때는 '마스터' 대신 '타쿠미 씨'라고 부르기.
내가 하숙을 시작한 날 둘이서 정한 몇 가지 규칙 중 하나다.
그는 집에 일을 가져오고 싶지 않은 주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야노 타쿠미
"…"
받으러 온 타쿠미 씨에게 커피를 건네고서 주방의 카운터에 앉는다.
…평소 같은 일상이지만, 오늘부터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하자.
짠!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입니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비주얼 노벨과 달리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매일 세 가지 일과 중에 하나를 골라야 진행이 됩니다
일단 주말에는 이벤트가 자주 발생해서 웬만하면 쉬는 게 좋고
어쩌다 잘못 선택해도 시스템(S) > 되돌리기(B)를 눌러
일과 선택 화면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
여담이지만 생소한 게임 제목 탓인지 검색하면 양돈장이 나오는 기적
관련 글 찾기도 쉽지 않고 제작자 님께서 따로 공략을 첨부해 두지 않으셔서
이번 단기 연재는 히든 캐릭터와 모든 엔딩 조건까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하다가 모르겠다 싶은 부분 있으시면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 방에 있는다
✦ 외출한다
나
"오늘은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공부는 내일부터! 오늘은 놀자 판이다!
마냥 집에만 있기도 지루하니, 나는 이 근처를 산책하기로 했다.
우리 집은 번화가 가까이에 있다.
낮부터 저녁, 밤에 걸쳐 앞으로 화려해질 거리.
몇몇 호스티스가 나른한 듯 가게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흔히 캬바쿠라 아가씨라고 하는 부류다.
나
"다들 꽃단장을 했네……"
털끝까지 정성껏 만 머리카락, 도자기처럼 떡칠을 한 피부, 새까맣게 그린 속눈썹.
부럽진 않지만 저것도 하나의 생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밤에 일하는 여자끼리인데 왜 이다지도 다를까.
길가에는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들도 모여 있다. 다들 즐거운 듯하다.
……학교라. 나는 지금 프리터다.
엄밀히 말하자면 뜻하는 바가 있어 학교를 '휴학 중'이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무렵엔 많은 일이 있었지.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즐거운 일도 있었겠지만……
나
"…?"
음울한 기분을 떨쳐내려 고개를 드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다. 누구더라…
카오리
"지금 우리 봤지!"
그날은…… 아마도…… 대학 강의 후였나.
친구들이랑 시시껄렁한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아사쿠라 리쿠
"시끄러워, 호박들 주제에."
나
"헉!!!"
대학이래 봐야 신선한 건 처음뿐,
주어진 자유가 생각보다 시시하단 걸 차츰 알게 된다.
우리 학과 동기들과 나도 그중의 하나로
일상 속에서 자극을 갈구하고 있었다.
카오리
"쟤 멋지다~"
리에
"누구?"
유카
"저기 가운데에 머리 길고 키 큰 사람 있잖아."
……확실히 가운데에 있는 그는 멋졌다.
같은 대학 안에서도 그만은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부잣집 도련님 같은 분위기와 단정한 얼굴.
그가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이 확 밝아지는 것 같은, 특별한 존재감이 있었다.
어... 엄청난 미인!
리에
"쟤네 경제학부지?"
유카
"아사쿠라 군이래. 집이 부자라나 봐."
카오리
"아~ 아사쿠라 그룹?"
리에
"헐! 굉장하다."
나
"……아사쿠라 그룹?"
리에
"미라이 너 몰라? 그 역 앞에 큰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잖아."
카오리
"어휴…… 미남인데 돈까지 많다니, 세상이 아주 말세야."
유카
"부모님 회사만 물려받으면 그날부로 팔자 피는 거 아니겠어.
구직하러 발로 뛰어야 하는 우리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지. 부럽네."
리에
"근데 유카 너 되게 잘 안다."
유카
"뒷조사는 벌써 한참 전에 끝났다 이 말씀."
카오리
"경제학부랑 강의 좀 같이 들으면 뭐 해.
그래 봤자 엮일 일이 없는데~"
유카
"어떻게든 만날 방법이 없을까?"
리에
"아니면 뻔하긴 해도 눈앞에서 물건을 떨어뜨려서
남자 쪽이 주워 주도록 유도하는 건 어때?"
카오리
"아하하, 그건 아니지~"
유카
"그럼 미라이, 잘해 봐!"
나
"어?!"
깔깔 웃는 유카에게 어깨를 탁 얻어맞았다.
나
"잠깐……"
"앗…… 아."
설마 구경꾼인 내가 말려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화들짝 놀라서 정말로 휴대폰을 떨어뜨려 버렸다.
'아사쿠라 군'은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듯 굴러간
휴대폰을 힐끔 보더니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대로 천천히 휴대폰을 주워 건넨다. 아사쿠라 군의 손은 남자치고 예뻤다.
나
"감사합……"
친절한 사람이네. 감사 인사를 하려던 나의 귀에 뜻밖의 말이 들렸다.
아사쿠라 리쿠
"시끄러워, 호박들 주제에."
……틀림없이 그는 그렇게 말했다. 나한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그는 벙찐 채 서 있는 나를 지나쳐 여학생들에게 미소 짓곤 식당으로 갔다.
유카
"……봐…… 봤어?!"
리에
"멋지다~!"
카오리
"지금 우리 봤지!"
그야…… 물론 호박일지도 모르지만.
꺅꺅거리는 친구들은 둘째 치고, 처음 보는 사람의 갑작스럽고도 무례한 언행에
비참함과 분노가 뒤섞여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유카
"……미라이, 아직도 화났어? 미안하대도~"
나
"아니, 유카 때문에 화난 거 아냐."
아사쿠라 군. 아니, 아사쿠라. 최악이야.
저런 녀석이 멋지다니, 다들 눈이 삔 게 분명해.
나
"……"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신나게(?) 놀았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녹틸루카에서 일을 해 봅시다
참고로 타쿠미랑 얘기한다고 하루가 넘어가진 않지만
어느 순간 루트 진입해서 날짜 까먹는 주범이니
공략할 거 아니면 말 걸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야노 타쿠미
"단골이랑은 얘기해 봤어?"
나
"아뇨, 오늘은 아직이에요."
야노 타쿠미
"말을 걸어도 될 만한 손님이 있거든 말을 걸어 봐.
그리고 이야기가 좀 통할 것 같은 단골에겐 미리 너 시험 본다고 양해를 구해 놨으니까
만약 주문을 받으면 눈치 볼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평상시엔 가게에서 취급하지 않는 술도 주문이 들어오겠지만 말이지."
나
"네?! 혹시라도 실수하면……"
야노 타쿠미
"……"
웃는 얼굴이 소름 끼친다……
오늘은 아주리에서 일하기로 했지.
얼른 준비하고 나가자!
바텐더 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무알코올 칵테일.
체력적으로 버겁기도 하고 되도록이면 투잡은 뛰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이것도 타쿠미 씨와 한 '약속' 중 하나다.
나
"안녕하세요."
늘 그랬듯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가게에 들어선다.
녹틸루카와는 다른 분위기. 가벼운 업무.
타쿠미 씨에겐 차마 말할 수 없지만, 여기서 일할 때면 마음이 살짝 편안해진다.
남자
"어, 안녕!"
"마침 잘됐다. 얘가 저번에 말한 그 베테랑이야.
오늘부터 단기로 일하기로 했어."
참.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그런 얘기를 한 것도 같고.
분명 옛날에 그만둔 사람이 아르바이트로 다시 복귀한댔나……
나
"처음 뵙겠습……"
"……!!!"
마히루 쇼타
"카사이 아냐!! 너…… 대학 쉬고 뭐 하는 거야……?"
나
"헉……!"
남자
"아, 아는 사이였어? 그럼 더 말할 것도 없지. 사이좋게 지내."
어 휴학했는데 알바처에서 아는 척해 봐 자퇴하면 그만이야~ ㅋㅋㅋ
농담이고 한 번만 봐주세요
……마히루 쇼타. 중학생 때부터 시작된 미묘한 사이,
더 나아가 지긋지긋한 악연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와 쇼타 사이엔…… 비밀이 하나 있었다.
마히루 쇼타
"……너, 팔자도 좋네. 갑자기 학교에 안 나오길래 다들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가 한 말이 비아냥처럼 들렸다.
……팔자 좋다. 동기들 눈에 나는 그렇게 비치는구나.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뒤숭숭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화제를 돌린다.
나
"쇼타 너야말로 뭐 하는 거야? 3학년이 지금 아르바이트해도 돼?"
마히루 쇼타
"……어쩐지 기분 전환이 하고 싶어서. 왜, 그럴 때가 있잖아?
마침 예전에 아르바이트했던 데서 일손을 구한다길래 단기로 할까 했거든."
나
"그렇구나."
그리 말한 쇼타의 얼굴은 내 기억 속의 그보다 어두워 보였다.
마히루 쇼타
"아무튼, 오늘부터 당분간 여기서 일하게 됐으니 잘 부탁한다."
쇼타는 쇼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
그나저나…… 이러고 있는 모습을 들켜서 그런지 영 어색한걸.
앞으로 잘해 나갈 수 있을까……
이런 걸로 경쟁 좀 하지 마 이 사람들아!
쇼타는 3월이 되면 퇴장하니 최대한 빨리 공략합시다
나
"그러고 보니 왜 가게 이름이 녹틸루카인가요?"
야노 타쿠미
"……너, 그런 것도 몰라?"
나
"……모를 수도 있죠."
야노 타쿠미
"녹틸루카는 우리말로 야광충이란 뜻이야."
나
"……야광충?"
야노 타쿠미
"밤이 되면 밝게 빛나는 플랑크톤이지.
어둠 속에서 배가 일으키는 물결에 자극을 받아 빛나다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게 특징이야.
실제로 보면 여운이 있는 빛이라고."
나
"그게 왜 가게 이름이죠? 여긴 항구 도시도 아닌데."
야노 타쿠미
"……그런 가게를 차리고 싶었으니까."
나
"……그런 가게?"
야노 타쿠미
"……잔말 말고 일이나 해."
타쿠미 씨는 어쩐지 멋쩍은 듯 제자리로 돌아갔다.
선택지 너머로까지 느껴지는 부담스러운 눈빛...
날 선택하지 않겠다면 부숴 버리겠어
아무튼 마참내! 칵테일을 만들 때가 됐습니다
사실 안 해도 엔딩 보는 데는 거의 지장 없으니까
공략 캐릭터 말고는 그냥 설렁설렁 하셔도 무방합니다
? ? ?
"안녕~"
나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타치하라 씨."
타치하라 씨
"말도 마~ 우리 편집자가 사람을 어찌나 갈구던지. 피곤해 죽겠어."
이 사람은 지방 신문 라이터인 타치하라 씨.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가게에 들른다.
단골로서의 연륜도 상당한 듯하고, 타쿠미 씨와는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이따금 우리 가게를 취재하러 방문하기도 한다.
타치하라 씨
"그나저나 지금 칵테일 수행을 하고 있다면서?
나도 미라이가 만든 술을 마셔 보고 싶은데."
나
"정말요?!"
타치하라 씨
"그래. 럼토닉 하나."
굉장히 외울 게 많아 보여도 재료와 테크닉
이 두 가지만 눈여겨 보시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시간 제한도 없으니 사진 찍어서 보고 푸셔도 되고요
아르코발레노라는 게임을 해 보신 분은 익숙할 듯한데
여긴 세 문제밖에 안 나와서 난이도가 훨씬 쉽습니다
타치하라 씨
"오호, 척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걸."
"……음, 맛있는데! 잘하네~"
나
"오늘은 어디 갔다 오셨나요?"
타치하라 씨
"기간 한정 코스 취재 겸 협의차 프랑스 식당에.
……뭐, 맛있는 것도 먹었겠다 나쁘진 않은데."
"……내일 오전엔 패션 빌딩 이벤트 취재, 오후엔 콘서트 취재.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극한 직업이 따로 없군.
하기야 우리가 약소 기업인 걸 어쩌겠냐마는."
타치하라 씨의 직함은 '라이터'다.
타치하라 씨는 종종 회사 일로 푸념을 늘어놓는다.
타치하라 씨
"하……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지방 신문 전속 라이터 따위는 하는 게 아냐, 정말."
투덜대는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한때 타치하라 씨의 꿈은 도심에서 전국지 편집 일을 하는 것이었다.
나
"그래요? 제가 듣기엔 멋지기만 한데요."
타치하라 씨
"……글쎄다."
타치하라 씨도 마냥 싫지만은 않은지 피식 웃었다.
타치하라 씨
"비슷한 가게, 비슷한 이벤트. 이놈이고 저놈이고 자극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그런데도 어떻게든 그 가게나 이벤트의 장점을 찾아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기사로 싣지.
……그런 것도 참 못 할 짓이야."
나
"……"
타치하라 씨
"솔직히 이 고장에서만 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봐도 좋잖아.
그러면 사람도 늘고 지역 경기도 활성화될 텐데."
타치하라 씨는 늘 이런 식이다. 투덜대면서도 이 고장을 생각하고 있다.
나
"대단하세요, 역시 타치하라 씨의 일은
웬만큼 이 고장을 좋아하지 않고선 못 할 것 같아요."
타치하라 씨
"아냐, 아냐. 그 반대지.
나는 이 고장이 싫어서 이런 일을 하는 거야."
나
"싫다고요?"
타치하라 씨
"싫으니까 이 고장에서 바꾸고 싶은 부분이 눈에 띄는 거지.
좋았으면 이런 일을 했겠어?"
나
"……"
타치하라 씨
"어휴, 나도 이런 촌구석 말고 수도에서 일했으면 소원이 없겠다~"
또 시작됐다.
점장님도 그렇고 속으로 은근히 디스하는 걸 보면
주인공도 한 성깔 하는 듯하다
타치하라 씨
"아, 미라이는 현외 출신이었지. 어때? 따분하지 않아? 이 도시."
나
"글쎄요~ 저는 이 도시가 꽤 마음에 드는데요. 물도 깨끗하고, 인심도 좋고."
타치하라 씨
"에헤이~ 그러면 쓰나~ 너같이 새파란 애들은 한창 자극을 추구할 때건만."
나
"자극…… 말씀이시군요."
타치하라 씨
"그래, 자극. 젊을 때 여러 가지를 보고 들으면서 자기 것으로 삼는 거야.
어차피 어른이 되면 그런 감성은 녹슬어 버릴 테니까,
지금 할 수 있을 때 눈 딱 감고 한번 도전해 봐."
나
"……"
타치하라 씨
"이런 따분한 곳에 멈춰 있어선 안 돼. 계속 움직여야지."
나
"오늘도 손님이 많네요."
야노 타쿠미
"그래, 알면 빨랑빨랑 움직여."
나
"타쿠미 씨, 가게를 키울 생각은 없으세요?"
야노 타쿠미
"안 키워."
나
"단호하시군요……"
야노 타쿠미
"의미가 없어."
나
"……의미?"
야노 타쿠미
"우리한테 그런 건 필요치 않아. 어디까지나 내 능력이 닿는 선에서
가게를 꾸려 나가고 싶으니까, 지금 이 정도가 딱이야."
타쿠미 씨는 나름의 고집을 갖고 경영에 임하는 것 같다.
대강대강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네……
오늘은 녹틸루카에서 일하기로 했지.
나
"하지만 그 전에…… 오늘은 내가 청소 당번이니까, 오전에 끝내자."
공동생활의 룰.
1. 당번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2.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
3. 남을 집에 초대할 때는 미리 얘기한다.
물론 그 외에도 암묵적인 룰은 몇 가지 더 있다.
다른 사람이 자고 있을 때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자기 음식에는 이름을 써 둔다(전적 있음), etc……
무엇보다 중요한 게 집안일 당번이다. 청소, 빨래, 식사, 분리수거.
내가 쉬는 날에는 타쿠미 씨 몫을 대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분담해서 능률이 오르는 작업은
그렇게 하기로 처음에 둘이서 합의를 봤다.
나
"……"
마루에는 타쿠미 씨의 사유물이 널려 있다.
그저께 자 신문, 경제지, 연체된 대여 DVD……
타쿠미 씨는 이상한 데서 깐깐한 주제에, 정리만 했다 하면 야무지지 못하다.
예상컨대 아마…… 어제 거실에서 본 뒤 내팽개치고 간 거겠지.
나
"아이참~!"
야노 타쿠미
"……"
나
"아."
주섬주섬 한데 모아 타쿠미 씨의 방에 던지자
때마침 방 안에서 어슬렁거리며 나오던 그의 얼굴에 정통으로 꽂혔다.
나
"앗, 죄죄죄송……! 그, 그래도 이렇게 어질러 두면 안 되죠!"
사과하는 게 먼저인지 화내는 게 먼저인지 스스로도 긴가민가하다.
야노 타쿠미
"……그러냐."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반응이 둔하다. 그렇지만 항상 있는 일이다.
타쿠미 씨는 그대로 거실을 향해 갔다. 아마 커피라도 끓이려는 거겠지.
야노 타쿠미
"……미라이, 아침밥은 먹었어?"
나
"아뇨, 아직인데요."
야노 타쿠미
"……아무거나 한다."
나
"아싸!"
나는 타쿠미 씨가 만든 아침밥이 좋다.
의외로 타쿠미 씨는 요리를 잘하는 데다 메뉴의 베리에이션도 풍부하다.
지금까지 아침밥은 스스로 만들 생각도,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글쎄, 하숙을 시작한 날 그 얘기를 타쿠미 씨에게 했더니
본인이 아버지라도 되는 양 노발대발하는 게 아닌가.
이래저래 어느새 아침밥은 나의 습관이자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룸 셰어란 참 이상하다.
타인과 살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만큼 경험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야노 타쿠미
"……밥 다 됐어."
타쿠미 씨는 주방의 카운터에서, 나는 거실의 테이블에서.
다른 장소에서 같은 아침 식사를 먹는 순간만큼은
룸 셰어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끝내는 것도 뭔가 아쉬우니 마지막으로
레시피를 일부러 다 틀려서 폭탄주(眞)를 제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 고향 만두급 컨텐츠 창조
나
"……됐다!"
타치하라 씨
"오호, 척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걸."
아아니 타치하라 씨
누가 봐도 폭탄인데 칭찬을... 당신은 도덕책...
야노 타쿠미
"미라이, 잠깐 나 좀 보자."
나
"왜 그러세요? 마스터."
야노 타쿠미
"그건 손님한테 대접할 만한 술이 아냐.
내가 만들어 둔 게 있으니 그걸 써."
나
"……"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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